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감성적인 스토리와 연출로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중에서도 제주도의 풍경과 음식, 언어, 생활문화까지 드라마 전반에 진하게 녹아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한 편의 제주 다큐멘터리 같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특히 소소하게 등장하는 제주 향토 음식들은 캐릭터의 감정선과 삶의 배경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이번 글에서는 드라마 속 인상 깊었던 제주 음식 장면들을 정리하고, 그 음식들이 지닌 문화적 의미와 정서적 상징성을 해석해본다.
밥상 위의 제주 – 가족과 삶을 이어주는 음식들
‘폭싹 속았수다’ 속 식사 장면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인물들의 관계와 감정이 드러나는 중요한 연출 도구로 사용된다.
그 중심에는 제주 전통 음식들이 있다. 극 중 가장 자주 등장한 음식은 고사리국, 몸국, 보말죽, 톳나물 무침 등 제주의 대표적인 향토 음식들이다.
예를 들어 애순이 어린 시절, 어머니가 아침마다 고사리국과 말린 생선구이를 차려주던 장면은 제주 여성들의 삶과 식문화를 잘 보여준다.
당시 고사리는 생계 수단이자 제주의 주요 산물로, 이른 새벽부터 산에 들어가 채취해 가족을 먹여 살리는 삶의 상징이었다.
그 고사리국 한 그릇은 곧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말없이 보여주는 장치였다.
음식으로 이어지는 관계 – 감정을 나누는 방식
‘폭싹 속았수다’ 속 인물들은 감정을 말보다 음식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제주 특유의 문화이기도 하다.
과거 제주 사회는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다.
그 대신, 음식을 해주거나 받아주는 방식으로 마음을 전했다.
관식 역시 감정 표현이 서툰 인물로, 직접적으로 고백하거나 화를 내지 않는다.
대신 애순의 어머니가 만든 반찬을 챙겨 주거나, 애순의 집에 과일이나 고구마를 놓고 가는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한다.
그런 장면을 통해 시청자는 "관식은 저렇게 표현하는구나" 하고 감정을 해석하게 된다.
잊혀가는 향토음식의 재발견 – 문화적 가치 확산
‘폭싹 속았수다’가 방영되며 주목받은 또 하나의 흐름은, 제주 향토음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드라마 속에 등장한 음식들을 중심으로 SNS, 블로그, 유튜브에서 레시피와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몸국이다.
이전에는 제주 외 지역에서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드라마 방영 이후 “애순이 관식에게 해준 국”, “제주에서 사랑을 전하는 국”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레시피 검색량이 급증했다.
또한 보말죽, 톳무침, 꿩만두 같은 음식도 방송 이후 제주 관광지에서의 판매량이 증가했고, 일부 향토음식점에서는 ‘폭삭 속았수다 메뉴 세트’를 구성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이처럼 ‘폭싹 속았수다’는 사라져가던 향토 음식을 감성적으로 복원하고, 세대와 지역을 연결한 매개체로 기능했다.
이 점에서 이 드라마는 음식을 통해 문화적 정체성과 공동체 기억을 회복한 K드라마의 사례로 남게 될 것이다.
‘폭싹 속았수다’ 속 제주 음식은 단지 배경이 아닌, 인물의 감정과 삶의 맥락을 연결하는 서사의 한 축이었다.
고사리국, 몸국, 보말죽은 캐릭터들의 삶과 정서를 대변했고, 그 음식은 지금 우리의 식탁 위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드라마를 보며 마음이 울컥했다면, 이제 제주 음식을 직접 경험해보자. 감정을 담은 맛, 그 따뜻한 여운을 다시 느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