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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넷플릭스를 켜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한 드라마가 하나 있었어요.
바로 아이유랑 박보검 나온다는 그 작품,
‘폭싹 속았수다’예요.
제목이 좀 낯설죠?
저도 처음엔 “이게 무슨 뜻이야?” 싶었거든요.
알고 보니 제주도 방언으로
“정말 깜짝 놀랐다”, 그런 뜻이래요.
근데 드라마를 다 보고 나니까,
진짜 그 말이 딱이에요.
내용도, 감정도, 연기 하나하나도
정말 ‘폭싹’ 놀랄 만큼 깊었거든요.
애순 – 그 시절, 제주에서 태어난 소녀의 삶
드라마의 중심은 **‘애순’**이라는 인물이에요.
1950년대 제주도 시골에서 태어났고,
삶은 애초에 쉽지 않았어요.
부모님은 딱히 의지가 되지 못했고,
어릴 때부터 식당일을 돕고,
동생을 보살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어른이 된 아이’가 되었어요.
철이 빨리 들었다기보다
**‘철이 들 수밖에 없던 환경’**이었죠.
그럼에도 애순은 삶을 원망하지 않아요.
웃고, 견디고, 때로는 친구들과 수다도 떨고.
그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버텨나가요.
그리고 그 곁엔 항상 조용한 친구, 관식이 있었어요.
많이 말하진 않지만,
언제나 애순을 바라보는 눈빛은 따뜻했죠.
소리 없이 곁에 있어주는 사람.
그게 관식이에요.
서울로 떠난 애순, 제주에 남은 관식
애순은 글을 쓰고 싶었어요.
자신만의 목소리를 세상에 남기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제주를 떠나 서울로 향해요.
하지만 서울은…
생각보다 훨씬 더 차가운 도시였어요.
돈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고,
사람들도 따뜻하다기보단,
서로 살아남기 바쁜 느낌이랄까요.
꿈을 좇으러 온 도시에서
애순은 점점 지치고 무너져요.
그때도 관식은 멀리서 애순을 응원하고 있었어요.
도서관에 몰래 책을 기부하면서
“애순이가 언젠간 이걸 썼으면 좋겠다”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마음을 표현하죠.
말도, 편지도 아니고
단지 조용한 행동 하나로 사랑을 전하는 그 방식.
오히려 그래서 더 진하게 전해졌어요.
결국 애순은 많은 것에 부딪히고,
다시 제주로 돌아와요.
그 고향, 그 바람, 그리고 그 사람에게로.
관식 – 말없이, 묵묵하게, 끝까지
관식은 참 독특한 인물이에요.
요즘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이상적인 남자 주인공’이 아니에요.
외향적이지도 않고,
표현력이 뛰어나지도 않고,
사랑을 멋지게 고백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이 있어요.
말보다 행동이 먼저고,
사랑보다 책임이 깊어요.
가정환경도 순탄치 않았죠.
폭력적인 아버지 아래에서
가난과 책임감을 동시에 짊어지고 살아온 인물이에요.
그래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몰라요.
하지만 애순이 울고 있을 땐 옆에 있어주고,
아무 말 없이 고장 난 자전거를 고쳐주고,
그 모든 작은 행동들이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말보다 더 강하게 느껴져요.
관식은 사랑을 말하지 않지만,
그 존재 자체로 끝까지 애순 곁에 있어주는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런 사람이
지금 시대엔 더 특별하게 느껴지죠.
이건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에요
드라마를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땐,
단순히 로맨스 드라마인 줄 알았어요.
아이유와 박보검의 케미를 보는 것도 좋았고요.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이건 단순한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건 그저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 여성이 겪는 삶의 굴곡,
시대의 변화,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위치.
꿈꾸는 게 사치였던 시절,
사랑도, 직업도, 자신을 위한 선택이 아니었던 그 시간들.
애순은 그 안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잃지 않으려 노력해요.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프고,
더 감정이입이 돼요.
이 드라마가 특히 여성 시청자들에게 큰 반응을 얻은 이유는
바로 그 현실적인 감정 때문이었을 거예요.
가족, 삶, 그리고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이야기
드라마를 보다 보면
엄마와 딸 사이의 미묘한 감정도 계속 그려져요.
소리치지도 않고,
감정적으로 폭발하지도 않지만
그 안에 켜켜이 쌓인 감정이 전해져요.
“엄마도, 그저 그렇게밖에 표현할 수 없었던 거구나.”
그런 이해가 생겨요.
또한 동생과의 갈등,
시간이 흐른 뒤에야 찾아오는 화해…
그런 관계들도 참 현실적으로 그려져요.
그래서 어느 순간,
이 드라마는 단순히 “애순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지기 시작해요.
줄거리 한 줄로 정리하자면?
“제주에서 태어난 한 소녀가 인생을 견디고, 부딪히고, 돌아와서 다시 자기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그 곁에는
말없이, 묵묵하게 끝까지 곁을 지켜준 사람이 있었고요.
그게 바로 관식이죠.
이건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고,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고,
지금의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인생 이야기이기도 해요.
안 본 분들께 한마디 하자면
처음엔 느리게 느껴질 수 있어요.
막 사건이 터지거나,
반전을 기대할 수 있는 전개는 아니에요.
근데 이상하게도
그 조용한 흐름 안에서 감정이 차오르기 시작해요.
보는 내내,
어떤 날의 내 마음이 떠오르고,
어떤 사람의 얼굴이 겹쳐지고,
어떤 말이 자꾸 생각나요.
그래서 마지막쯤 되면
그냥 앉아있다가도 갑자기 울컥해요.
왜 그런지도 잘 모르겠는데,
그 감정이 분명히 와 있어요.
마무리하면서
‘폭싹 속았수다’는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하게 스며드는 드라마예요.
지금 내 감정이 조금 메말랐다면,
조용히 위로받고 싶다면,
그냥 아무 말 없이 누군가 내 옆에 있어줬으면 하는 날이라면—
이 드라마, 꼭 한 번 보세요.
아마도 당신은,
“이건 그냥 드라마가 아니라 내 얘기야.”
그렇게 느끼게 될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