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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6부작 범죄 스릴러 《악연》을 끝까지 시청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지막 회, 정민이 받은 ‘롤렉스 시계’ 장면에서 긴 여운을 느꼈을 겁니다.
겉보기엔 단지 값비싼 고급 시계처럼 보이지만, 작품 전체를 관통해 흐르는 이 ‘시계’는 결코 단순한 물건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 드라마가 전하고자 하는 ‘악연’, ‘죄의 연쇄’, ‘업보’라는 주제를 상징적으로 함축한 핵심 장치이자 죽음과 죄의 전달자처럼 기능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악연》 속 시계가 등장한 맥락, 시계를 받은 인물들의 운명, 사채업자의 의도, 그리고 시계를 중심으로 구성된 드라마의 세계관까지 면밀히 분석해봅니다.
1. 시계의 시작 – 박재영의 아버지 ‘박동식’
드라마 초반에는 시계의 정체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박재영이 과거를 회상할 때, 이 시계는 그의 아버지 박동식이 소유했던 것으로 밝혀집니다.
박동식은 외형적으로는 평범한 중년 남성이지만, 과거 비밀 조직과의 연결, 어두운 부채 문제, 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감내했던 죄책감의 흔적이 드러나는 인물입니다. 그는 시계를 아들에게 남기며 어떤 ‘유산’을 전달하려 했지만, 그 유산은 결국 가혹한 업보의 시작이 되고 맙니다.
✍️ 포인트
이 시계는 단지 금전적 가치를 지닌 물건이 아니라, 박동식이 짊어진 ‘과거의 죄’ 혹은 ‘삶의 무게’를 은유하는 장치입니다. 그리고 그 죄의 상징이 아들 박재영에게 이어지며 새로운 악연의 고리가 시작되죠.
2. 시계의 여정 – 박재영 → 김범준 → 정민
시계는 이후 박동식의 아들 박재영이 물려받습니다. 박재영은 청부살인을 의뢰하며 이 드라마의 핵심 사건을 촉발시키는 인물로, 겉으로는 성공한 남성이지만 내면은 탐욕과 불안, 복수심으로 가득 찬 인물입니다.
그는 아버지의 시계를 착용한 채 자신의 범죄적 욕망을 실행하며, 시계는 그의 죄와 함께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후 박재영의 신분을 훔쳐 김범준이 시계를 손에 넣습니다. 범준은 신분을 속이고 욕망에 기반해 살아가던 중 결국 비극적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 살아남은 인물 중 하나인 정민이 사채업자에게 시계를 건네받습니다. 이 장면에서 시계는 물건을 넘어선 존재로 변화합니다.
🕰️ 시계의 흐름 요약
박동식 → 박재영 → 김범준 → 정민
→ 모두 죄를 짊어진 채 파멸로 향한 인물들
이 시계는 단순한 ‘물건의 소유’를 넘어서, 죄의 계승, 악행의 전달, 인과응보의 장치라는 점에서 작품의 서사에 깊은 상징성을 부여합니다.
3. 사채업자의 의도 – 왜 정민에게 시계를 줬을까?
사채업자는 정민에게 시계를 건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선물’로 해석하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사채업자는 정민의 정체와 죄를 이미 모두 알고 있으며, 말없이 ‘경고’하거나, ‘공식적인 가담자’로 편입시키려는 의도가 느껴집니다.
정민은 극 중에서 주연과 로맨틱한 관계를 맺고 있지만, 동시에 장기 밀매라는 중대한 범죄에 연루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죄의식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며, 자신의 행동을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스스로 합리화합니다.
하지만 이 ‘롤렉스 시계’는 그런 정민에게 말없이 다가오는 심판의 예고장처럼 보입니다.
🎯 시계를 건넨 의미 해석
- 무언의 경고: "네가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다."
- 악연의 도장: "너도 이제 이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
- 심판의 예약증: "죽음은 아직 너를 향하고 있다."
정민이 시계를 받은 순간, 시청자는 “그 역시 죽음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결말을 암시받습니다. 이 장면은 드라마의 열린 결말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주는 장치입니다.
4. 시계를 받은 사람은 모두 죽는다? – 세계관적 상징 분석
이 시계의 가장 기이한 점은 시계를 소유한 인물들이 모두 비극적 결말을 맞이한다는 것입니다.
박동식 | 시계 원주인 | 정체성에 짓눌려 소멸 (언급만) |
박재영 | 착용 | 사망 |
김범준 | 소유 | 사망 |
정민 | 사채업자에게 전달받음 | 생존 중이나 불안정한 결말 |
드라마는 직접적으로 “시계를 받은 자는 죽는다”고 말하진 않지만, 시계가 이동할 때마다 죽음, 배신, 타락이 따라다닌다는 점에서 '데스노트' 같은 상징성을 띠고 있습니다.
시계는 인간이 감당하지 못한 욕망, 은폐된 죄,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한 인과응보의 순환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드라마 제목인 《악연》의 실체를 더욱 뚜렷하게 만들어줍니다.
5. 시계는 ‘악연’의 증표였다 – 그 의미의 완성
결국 이 시계는 단순한 물건이 아닌, 악연이라는 운명의 고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이 시계를 통해 《악연》은 죄는 반드시 되돌아온다, 악행은 대가를 치르게 된다, 선택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라는 메시지를 관객에게 전달합니다.
정민은 그 메시지를 가장 늦게 받은 인물입니다. 그는 지금까지 살아남았지만, 시계를 받은 순간부터 그 역시 파멸의 시계바늘 위에 올라선 것입니다.
🎬 마무리하며 – 시계, 그 조용한 저주
《악연》은 인간의 어두운 심리, 도덕적 딜레마, 그리고 복수와 회복 사이의 긴장을 시계라는 소품 하나로 집약해 보여줍니다.
시계를 받은 인물들의 비극, 그것이 암시하는 상징, 그리고 조용히 퍼져나가는 악연의 고리는 우리 사회에서 반복되는 선택과 책임, 그리고 침묵의 대가를 떠올리게 합니다.
🕰️ 그 시계가 정민에게 갔다는 건,
“당신도 이제 이 악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무언의 선언이었을지도 모릅니다.